고프닉 (Gopnik)
오늘은 '고프닉'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유행 중인 '고프코어'와 나름 어감이 비슷하지만 알고 보면 전혀 관련이 없는 용어입니다. 이 고프닉 이란 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패션적으로는 어떻게 변형이 되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고프닉 (Gopnik)의 유래
Gopnik이라는 단어는 구소련 공화국 시절 "도시 공공 자선"을 의미하는 GOP(Gorodskoe Obshestvo Prizreniye)조직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소련 혁명 이전에 GOP단체들은 국자의 최저 소득 격차를 위한 공공 주택을 담당하였는데, 이 공공주택들은 관리 상태가 매우 부족했고, 건축 또한 부실하며 주로 범죄율이 높은 열악한 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후 '고프닉'은 이러한 공공주택에서 살던 교육 배경이 거의 없던 저소득층의 젊은 남성 또는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일부 학자와 학계에서는 이 용어가 훨씬 더 오래 되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어로 '더러운' 또는 '절도'를 의미하는 'Gop'(영어로는 Theft)에서 유래되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고프닉들의 패션
이러한 고프닉들은 대개 삼선의 아디다스 트랙수트를 입고 '러시안(슬라브) 스쿼트'라 불리는 쪼그려 앉은 자세로 묘사되곤 합니다. 이러한 고프닉들의 아디다스 사랑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0년 개최된 모스크바 올림픽은 공산주의 치하 국가와 동구권 최초의 올림픽이었으며, 미국은 1979년 말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하기 위해 모스크바 하계 올림픽 보이콧을 주도하였고, 결과적으로 65개국에게 보이콧을 당하고 80개국이 참여하였습니다. 이는 1956년 이래로 가장 적은 숫자였습니다.
올림픽 앞서 소련의 공산당 간부 및 지도자들은 올림픽 유니폼을 만들 브랜드 선정에 대해 큰 고민을 하였으며, 대외 선전을 중요시하던 공산국가답게 좋은 퀄리티의 유니폼을 제작하길 원하였습니다. 당시 스포츠 시장은 나이키와 아디다스로 나뉘는 양상이었는데, 결국 공산국가의 적대국이면서 모스크바 올림픽 보이콧을 주도하였던 미국 브랜드 '나이키' 대신 독일 아디다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산당 지도자들은 소련 선수들의 유니폼과 장비에 로고를 부착하는것을 꺼려했고, 아디다스의 시그니처였던 '삼 선' 디테일을 단 두 줄로 제한하기까지 했으며, 올림픽 이후 아디다스와 그 외 나머지 브랜드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선전 요소로 간주된다는 이유로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소련이 개방을 시작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천천히 그 유니폼들이 독일 회사인 '아디다스'로부터 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두가 독일의 것이 저급한 소련의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아디다스가 마치 명품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서 소련의 몰락이 시작되며, 가난에 시달리며 먹지 못해 먹을 것을 훔치기 시작한 전직 운동선수들이 올림픽 게임에서 입었던 것과 같은 아디다스 운동복을 입고 범죄를 저질렀으며, 마피아들은 경호원으로 리프터나 레슬러와 같은 전직 운동선수들을 모집하였으며 이들 역시 운동복을 입고 거리를 서성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트랙슈트는 러시아 감옥의 죄수복으로 쓰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 아디다스 트랙 슈트는 삭발한 머리, 무례한 태도의 범법자들인 '고프닉족'의 유니폼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중 대부분은 위조된 가품이었습니다.
슬라브 스쿼트(Slav Squat)
이러한 양아치 집단인 고프닉족들은 특유의 쪼그리고 앉는 자세를 취하는 사진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대부분의 공공주택에 벤치와 같은 편의 시설이 적었으며 아끼는 트랙슈트가 더러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쭈그려 앉던 것이 오늘날 일반화 되어 '슬라브 스쿼트' 라는 밈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러시아 밈은 대개 2010년도부터 흥행하였는데,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글로벌 서비스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에서 러시아 유저들의 욕설이나 언행들 역시 하나의 밈으로 떠오르면서 '러시아 밈'들은 인터넷상에서 더욱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고프닉과 패션
그럼 이러한 고프닉 문화는 패션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을까요? 보통 고프닉 패션과 러시아 출신의 디자이너 하면 보통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 아닐까 싶습니다.
고샤 루브친스키
90년대 이후의 러시아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루브친스키는 여느 러시아의 10대와 같이 서구의 문화와 브랜드들을 좋아했었습니다. 그는 그 당시를 돌아보며 현대의 스트릿 패션과 고프닉 패션을 접목하여 고샤만의 '포스트 소비에트'스타일을 가져왔습니다. 소련 시절 청소년 문화센터였던 옛 증권 거래소를 런웨이 무대로 삼은 쇼는 유틸리티 자켓, 하이웨스트의 청바지. 스포츠 스타일의 티셔츠와 맨투맨들과 러시아 전역에서 캐스팅된 청년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스트릿 패션의 유행 이후 반항적인 성향의 '안티 패션'이 떠오르면서 많은 하위문화들을 디자인적 요소로 수용되었고 '고샤 루브친스키'로부터 더욱 화제가 되며, 이후 고프닉 또한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뎀나 바잘리아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스트릿 패션 트렌드 열풍을 몰고 왔던 인물 '뎀나 바잘리아'또한 이러한 포스트 소비에트 패션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소련에 속해있었 그루지아(조지아) 출신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 역시 유년시절 소련의 붕괴와 조지아 내전을 겪으며 느꼈던 단상과 스무 살에 독일로 이주하면서 느꼈던 서구의 문화와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그만의 미학적 감수성으로 표현하였으며 해체되고 재 구축된 디테일, 트랙슈트, 부랑자가 입을 듯한 오버사이즈의 후드 티셔츠, 가짜 모피 자켓과 큼지막한 로고 등 '포스트 소비에트' 스타일을 정의하며 하이엔드 스트릿 패션을 통해 디자이너 패션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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