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현업자가 생각하는 2024 패션 트렌드 아이템 정리
최근 블로그 포스팅으로 주로 여러 제품을 리뷰하는 글을 다루고 있는데, 훨씬 생산적이고 다른 블로그들과 차별성을 둘 수 있는 포스트가 없을까 생각하다 제가 생각하는 2024의 패션 트렌드를 한번 다뤄보고자 합니다. 그래도 나름 패션 브랜드와 세컨핸드 셀렉샵의 디자이너 및 디렉터로 일을 하면서 살펴본 전체적인 패션의 동향에 대한 관점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패션에 꽤 깊게 관심을 가지신 분들에겐 이미 아는 내용일 수도 있고, 저와 의견이 다른 분들 또한 계실 수 있습니다. 런웨이를 보며 '앞으로 트렌드는 이럴 것이다'가 아닌 아이템에 포커스를 두고 보다 대중성을 초점으로 맞추어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과 뇌피셜로 작성되는 글인 만큼 '이렇게 보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트렌드
명사,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
패션의 전반적인 동향을 뜻하는 말
사실상 빠르게 바뀌어가는 패션계인 만큼 '트렌드'라는 단어는 '유행'과 거의 일맥상통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2024 메가 트렌드는 '빈티지 패션'
가장 대중적으로 유행할 패션은 '빈티지 워크웨어'
2024년 메인 트렌드는 바로 워크웨어및 밀리터리 중심의 '빈티지 패션'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의 빈티지 시장은 2008년 4조 원 규모에서, 2020년에 이르러 5배 20조 원대로 실제로도 급성장을 이루었고, 지난 22년에만 4조 원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백화점 및 스토어에서도 빈티지(세컨핸즈 제품)를 주제로 한 팝업스토어 운영 및 전시행사도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작년에 이슈가 되었던 이른바 '무신사 냄새'라고 불리던 패션 클론현상을 벗어나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패션을 찾는 풍토와 Y2K 패션의 유행과 맞물려 큰 시너지를 발휘한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캐치하고 반영하는것은 역시 명품 및 하이엔드 브랜드입니다. 역시 작년 말부터 최근 런웨이에서 칼하트와 파타고니아등의 빈티지에서 영감 받은 제품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원본 빈티지 제품은 물론이고, 이를 복각한 현행 제품 역시 프리미엄이 붙어 리셀이 될 정도로 유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니아층이 더욱 커질 '밀리터리' 패션
사실 밀리터리는 두터운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남심을 자극하는 장르가 아닐 수 없는데요, 2024년 들어 밀리터리 웨어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 2023년의 메가 트렌드였던 '고프코어'의 거품이 꺼지면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택티컬 웨어'로 눈을 돌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밀리터리 웨어'라고 하면 보통 스테디셀러인 필드재킷 또는 작년에 큰 유행템으로 자리 잡은 '파라슈트' 팬츠등 2000년대 이전의 빈티지 밀리터리 웨어를 생각할 수 있으나
올해는 2000년대 이후의 현대 밀리터리 웨어(ECWCS 및 PCU등)를 기반으로 한 기능성 택티컬 웨어 및 현대 밀리터리 웨어에서 비롯된 디테일을 가진 제품들의 수요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맞춰 티락과 로아하이킹의 협업과 같은 기능성과 밀리터리 한 디테일의 디자인을 가진 제품들이 발매되며 더욱 대중적으로 넓어지며 새로운 매니아층을 형성할 것으로 봅니다.
고프코어 트렌드는 끝일까?
2022년 - 2023년의 최고의 트렌드는 단연 '고프코어'였습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Y2K무드와 결합된 느낌의 위 사진과 같은 여러 소재와 컬러의 패널을 조합한 디자인의 의류들, 소위 'K-고프코어'라 불리는 제품들이 주를 이루며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2024년역시 '고프코어' 트렌드는 건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K-고프코어'같이 외형만 기능성 제품을 흉내 낸 것들이 아닌 실제 기능성과 실용성을 기반으로 한 의류들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변질된 한국의 '코프코어'가 아닌 '고프코어'의 본질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전만큼 아주 하입 한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대중적 장르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올드머니룩은 정말 유행했는가?
Y2K 다음은 '올드머니룩'이라는 말은 작년 여름부터 내내 들렸습니다. 그런데 과연 올드머니룩은 국내에서 '유행' 한 것이 맞나 의심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고착화된 패션시장에서 한 줄이라도 더 끄적이고 싶어서 어거지로 밀고 나간 트렌드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쪽에서는 살짝 반짝하는 느낌이라도 있었지만, 남성 쪽에서는 스치지도 못한 트렌드로, 유행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올드머니룩은 '자연스러운 상류층 자제들의 패션' 부유한 취미 생활을 즐길때의 편하면서 특유의 고급스러운 실루엣과 소재감을 뽐내는 과한 디자인과 로고플레이가 아닌 조용한 명품 즉 콰이어트 럭셔리로 꾸며지는 패션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낮은 퀄리티의 보세 제품으로 단순히 외형만 흉내 내진다면 그게 과연 맞는 것일까요? 더 나아가서 빈티지 디테일을 베이스로 한 브랜드 또한 올드머니룩 브랜드로 싸잡아서 평가되는 것을 보면서 어이가 없기도 하였습니다.
어디서 '유행이라서 유행한 패션' 이렇게 코멘트를 남긴것을 본 기억이 나는데 딱 그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올드머니는 스치듯 지나가고 Y2K의 유행은 아직도 건재합니다.
다시 떠오르는 '고프닉' 패션
현재 가장 힙한 하이엔드 브랜드로 평가되는 '발렌시아가'와 칸예웨스트를 등에 업고 '이지(YZY)의 헤드디자이너가 된 고샤 루브친스키, 이 두 명의 공통점은 '고프닉'패션의 대표적인 선두주자라는 것입니다. 레트로한 트랙자켓, 져지, 다소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낡아빠진 것처럼 워싱이 들어간 옷들, 레쟈(폭스레더) 재킷등 모두 고프닉 트렌드에서 비롯된 제품들입니다. '고프닉' 패션에 대해서 이전에 자세하게 포스팅한 글이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트랙자켓
또한 이러한 고프닉패션은 Y2K의 패션트렌드와 맞물려 전년과 같이 메인아이템으로 져지, 트랙자켓 등의 제품들이 선호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스트릿패션의 유행이 뜨거웠던 2010년대 중반을 휩쓸었던 고프닉 패션이 24년엔 어떻게 해석될지 기대가 됩니다.
증가하는 페이크레더 제품
비건레더, 폭스레더, 뭐 별별 많은 별칭들을 가진 페이크레더 제품들은 앞으로 더욱 많이 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브랜드 입장에서는 실제 레더보다 원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패션계에서 자주 대두되는 동물학대 및 친환경 문제에서도 큰 어필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동물복지 차원에서는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인조가죽 역시 합성 소재인지라 환경적인 측면에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용자적인 측면에서 장점은 가죽자켓보다 무게가 가볍고 착용감이 우수하며, 통기성이 좋아 가죽자켓을 착용할 때의 답답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리 및 세탁이 리얼레더보다 쉽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스키니진의 유행이 돌아올까?
스키니진은 여전히 죽었습니다. 최소한 향후 2년은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데님 소재 자체는 24년에도 큰 트렌드 소재로 사용될 것입니다. 22-23년이 점점 커지는 과장된 와이드 한 실루엣의 제품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24년은 그보다는 좀 더 레귤러스러운 제품들이 인기를 끌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키니진 보다 부츠컷이나 플레어진 디테일을 순화시켜 무릎 부분이 살짝 들어가는 포인트의 제품들이 살짝 유행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체형을 많이 타는 제품 특성상 대중적으로 선호되진 않을 것입니다.
낮지만 높게 떠오르는 플랫슈즈 트렌드
발렌시아가의 3XL과 같은 다소 청키 한 어글리슈즈들의 거품 이빠지고 낮은 굽의 납작한 실루엣의 이른바 '플랫슈즈' 트렌드가 24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슈즈는 운동화뿐만 아니라 '메리제인 슈즈'형태의 제품들도 작년부터 발레코어의 반짝 유행과 맞물려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3년의 메인아이템이 아디다스의 '삼바' 였다면 이제 그 바통을 푸마의 '스피드캣'이 이어받고 있습니다.
또한 추가로 뉴발란스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인 '530' 모델을 로우 프로파일슈즈로 재해석인 미우미우의 협업 530 제품 역시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되며 플랫슈즈 트렌드의 불을 더욱 점화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한 등산화(하이킹 슈즈) 트렌드
23년은 고프코어와 맞물린 살로몬과 로아 하이킹의 카타리나 같은 현대적인 디자인의 등산화들이 유행을 선도하였다면, 이제는 대너 (Danner)와 같은 클래식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들이 유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살로몬과 아식스는 끝물일까?
작년에 가장 대중적으로 크게 성장한 브랜드 두 개를 꼽자면 아식스와 살로몬이라 생각합니다. 두 브랜드 모두 일반 모델까지 프리미엄 리셀가를 형성하면서 작년 한 해 큰 인기를 누렸는데요, 올해는 그보다는 거품이 많이 내려앉을 것으로 보입니다. 살로몬은 이제 하나의 대중적인 풋웨어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으며, 더브로큰암과 최근의 gr10k, mm6 같은 패셔너블하고 참신한 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기에 인기는 여전할 것 같습니다.
아식스는 작년 젤 카야노 14를 베이스로 여러 협업을 진행하며 이제는 좀 진부해져 버린 느낌이지만 현재는 아식스의 2000년대 러닝화 디자인을 베이스로 재해석된 모델 GT-2160을 주력으로 여러 컬러와 함께 세실리에 반센 같은 라이징 브랜드들과 협업으로 좋은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주춤하는 한정판 신발, 답은 빈티지에서?
지난 몇 년간 한정판 스니커 리셀 시장을 선도한 나이키가 최근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시장자체의 점유율은 말 그대로 언터쳐블이지만 '트렌드'적인 브랜드인가? 하면 모두들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법을 나이키는 빈티지 아카이브에서 찾고 있습니다.
또한 나이키 특유의 인플루언서, 브랜드 협업으로 큰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를 얻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전에 발매했던 제품을 재해석하여 새롭게 신제품으로 출시하는 것은 Y2K의 유행이 시작되면서 모든 브랜드에서 활발히 시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유독 나이키가 노력에 비해서 큰 주목받는 아이템 하나 없이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빈티지 나이키 신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래 Nike Server 계정을 구경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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